422) 기판력(res judicata)은 구체적인 소송을 전제로 하여 한 번 정해진 물적 효력범위를 번복하게 하지 않게끔 한다. 즉 확정된 판결의 효력에 객관·주관적 범위 그리고 시간적 범위가 한계 지워진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서 일사부재리원칙이 실정법 안에서 구체화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박진완, “헌법재판소와 국회와의 관계”, 「헌법학연구」 제11권 제2호, 한국헌법학회(2005.6), 92면). 기판력과 일사부재리 개념에 대한 자세한 고찰로는 임동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1994, 99면 이하.
423) Neuhaus, Der strafverfahrensrechtliche Tatbegriff - “ne bis in idem”, 서문 참조.
한 번 이루어진 재판의 효력을 다시금 다툴 수 없게 하는 작용(Sperrwirkung)은 모든 재판에 당연히 수반되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일사부재리원칙의 탄생은 재판 자체의 기원과 정확히 일치할 것으로 생각된다. 남아 있는 다른 기록에 따르면 로마법에서는 한 번 이루어진 유무죄판단에 대해서 다시금 이를 심리할 수 없도록 하였고,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유ㆍ불리를 불문하고 지켜야 하는 원칙(exceptio rei iudicatae)이었다고 한다.424) 로마법을 수용한 카논법도 하나의 절차 안에서 여러 번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제한하였다.425) 영미법 전통에서는 14세기 에드워드 1세에서 리처드 3세까지를 규율했던 판례집인 이른바 “Yearbook”에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내용이 남아 있다.426) 이는 형법과 민법에 교차로도 적용되어, 형벌을 받은 사안은 민사재판으로 다룰 수 없게 하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형법과 민법이 서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개정된 일부의 변경을 제외하면 그 이후까지 법원칙으로서 확고하게 인정되고 있다.427)
이와 같은 역사적인 사실은 연구와 관련하여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바로 일사부재리원칙이 시민의 권리보장, 피고인보장의 원리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민의 권리보장을 목적으로 한 자유주의적 법치국가 사상은 계몽주의 영향에 이어 근대에 이르러 완성된 이념인 데에 반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전통에 놓여 있음이 확인된다. 물론 이 원리가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원적인 의미가 피고인 보장목적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역사적인 배경 이외에도 아주 단순한 법이론적인 원리만 생각해보더라도 일
424) Dithmar, Der Grundsatz ?ne bis in idem? und das fortgesetzte Delikt, S. 5 f.; Thomas, Das Recht auf Einmaligkeit der Strafverfolgung, S. 31; Kobler, Etymologisches Rechtsworterbuch, S. 281.
425) Ruping, Bonner Kommentar, § 103 III, Rn. 2. 그러나 로마법과 카논법은 일사부재리의 효력범위를 결정하는 사건의 동일성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다(Neuhaus, a. a. O., S.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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